스페인에서는 스페인 축구팀의 세계적인 유명세 만큼이나 스페인 사람들의 축구 사랑 역시 엄청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한창 무르익은 저녁에 어디선가 갑자기 함성소리나 고함소리가 들려오면 분명 오늘은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다.
그 중에서도 한일전의 열기만큼 핫 뜨거운 경기가 있는 날이 바로 El Clásico(엘 클라시코).
El Clásico 는 영원한 라이벌 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경기를 말한다.
한국에서 생중계 보겠다고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볼 열정은 없는 여자지만,
스페인에 왔으니 이 곳 사람들과 함께 엘 클라시코를 즐겨보기로 했다.
VAMOS!
엘 클라시코가 있는 날은 거리의 모든 펍들이 사람들로 가득 찬다.
기본 안주로 나온 안쵸비, 소금에 절인 올리브.
안쵸비를 즐겨먹긴 하지만 치맥이 살짝, 아니 매우 그리워졌던 순간.
원래 엘 클라시코 라는 말은 스페인 챔피언십내에서 열리는 두 팀간의 경기를 지칭했는데, 마케팅 과정에서 더욱 일반화되어 현재에는 챔피언 리그, 왕중왕전 등을 포함하여 두 축구 클럽이 대항하는 모든 경기를 일컫는다. 유럽 리그 최종전보다도 더 많은 세계 축구팬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경기라고 하는데, 경기장에 꽉 들어찬 사람들을 보며 화면으로나마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레알마드리드 호날도가 선제골을 넣었다.
골이 들어가자 내가 있던 펍 뿐만 아니라 온 동네가 시끌벅적!
레알마드리드 팬들은 완전 축제 분위기로 서로 하이파이브도 하고 맥주잔을 기분 좋게 부딪히고 커플들은 키스를 하기도 한다.
FC바르셀로나 팬들은 우울해져서는 맥주를 들이키거나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화면을 째려보고 있다.
오늘 골을 넣은 호날두.
한국에서나 여기서나 텔레비전으로 보는 건 매 한가지인데 왜 느낌이 다를까.
오늘 호날두의 세레모니
오늘의 경기는 나중에 메시도 한 골 넣어서 1:1 무승부로 끝났다.
엘 클라시코는 단순히 축구경기의 의미를 넘어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스페인의 정치사회적 이슈를 반영한다.
즉, 레알마드리드는 국가주의를, 바르셀로나는 분리주의(Catalanism) 를 상징하며, 실제로 사람들도 엘 클라시코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반영하기도 하며, 각 축구클럽 회장 선출도 매우 정치화되어 있다고 한다.
1930년대 초반부터 바르셀로나는 마드리드 중심의 전체주의에 반대하는 카탈로니아(바르셀로나가 속한 주州)의 자존심과 정체성의 상징이다. 1936년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제2공화국에 대해 구데타를 시작했을때, 당시 FC바르셀로나 클럽의 회장이면서 카탈로니아의 좌파 공화주의의 구성원이었던 호셉 수뇰(Josep Sunyol)은 프랑코의 군대에 의해 체포되어 재판도 없이 사형 당했었다. 수뇰은 마드리드 북부의 공화정권 지지자들을 만나며 그의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었다.
FC바르셀로나는 커뮤니스트, 아나키스트, 인디펜던티스트 다음으로 국가의 파벌단체로 숙청되어야 하는 단체 상위 리스트에 있었다. 프랑코 독재정권시절, 대부분의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파시스트와 같은 제도에 강한 반대입장을 보였었다. Morbo: The Story of Spanish Football 의 저자인 Phil Ball은 엘 클라시코를 ‘스페인 내전의 재현’라고 했으며, 미국인 작가 로버트 쿠버(Robert Coover)는 비슷한 분석을 하며 “숙명의 라이벌 FC바르셀로나와 Real Club Deportivo Espanol의 1977년 경기를 ‘단순한 운동경기를 넘어 스페인 내전의 재현과 같다고 묘사했다.
스페인의 첫번째 사회주의당이 마드리드에서 설립되긴 했지만, 공화주의, 연방주의, 무정부주의, 신디칼리즘(공장・사업체 등은 그 속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소유하고 경영해야 한다는 주의) 과 같은 스페인의 근대사를 형성한 거의 모든 사상들은 바르셀로나를 수도로 둔 카탈로니아 지역을 통해 소개되었다. 미겔 프리모 데 리베라와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독재 시절에 모든 지역적 언어와 정체성들이 못마땅하게 여겨졌으며 제한되었다. 이 시기에 FC바르셀로나는 카탈로니아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면서 사회 진보성향을 지지하는 것과 연결되어 més que un club (축구클럽 그 이상의, 영어: More than a club) 라는 표어를 얻게 되었다.
레알마드리의 Senior 대표자들과 프랑코 정권(Francoist regime)사이의 관계는 부인할 수 없었다. 호세프처럼 레알마드리드의 회장인 산체스 게라(Rafael Sánchez Guerra)스페인 내전당시 프랑코 지지자들에 의해 많은 고통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카탈로니아 사람들에게 레알마드리는 “사회 기득권 클럽’ 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이미지는 1980년 극우 레알마드리드 훌리건 그룹인 Ultras Sur가 만들어지면서 더 영향을 받았고, FC바르셀로나 진영쪽에서도 좌파 카탈로니스트와 구성된 Boixos nois라고 불리는 급진적 단체가 만들어졌다.
나아가 스페인 다른 지방에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FC바르셀로나는 “저항적인 클럽”, 또는 레알마드리드의 보수주의의 대안책으로서 여겨지게 되었다. CIS(Centro de investigaciones Sociologicas사회학적 조사 센터)의 Pan-hispanic 조사에 의하면 레알마드리드 팬들은 우파적 관점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는 데 반해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정치적으로 좌파적 성향에 더욱 가깝다고 한다.
Qúe interesa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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